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Malaysia’s Historical Restaurants
군침 돋는 일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노포 맛집 세 곳

쿠알라룸푸르의 식탁은 이 도시의 역사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무대다. 영국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서양식 조리법이 하이난 이민자들의 손끝에서 변주되었고, 인도・말레이・중국계의 향신료와 식재료가 한데 어우러지며 오늘날과 같은 독특한 미식 풍경이 탄생했다.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속속 등장하며 도시의 미식신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세월을 품은 식당들이 여전히 현지인의 일상을 정겨운 맛으로 채운다. 

도시 최고의 나시르막 맛집, 나시르막 탕린

나시르막(Nasi Lemak)은 말레이시아의 ‘국민 음식’으로 불린다. 코코넛 밀크와 판단(pandan) 잎을 넣어 지은 밥에 삼발(Sambal) 소스, 튀긴 멸치, 삶은 달걀, 오이 등을 곁들인, 소박하지만 완벽한 한 끼 식사 메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최고의 나시르막을 찾는다면, 나시르막 탕린(Nasi Lemak Tanglin)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3대째 이어지며 80년 가까이 한결 같은 맛을 지켜온 유서 깊은 노포로, 이른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각까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매장이 자리해 있던 페르다나 보태니컬 가든(Perdana Botanical Gardens) 내 푸드코트가 2024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나시르막 탕린 역시 새롭고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설과 분위기는 한층 쾌적해졌지만, 음식 맛만큼은 예전 그대로라고 단골들은 입을 모은다. 기본 나시르막을 주문하면, 코코넛 밀크과 판단잎의 향이 은은하게 밴 밥과 삼발 소스, 오이, 땅콩, 튀긴 멸치로 구성된 한 접시에 담겨 나온다. 입안 가득 퍼지는 코코넛 향과 포슬포슬한 식감이 살아있는 밥부터 매콤함과 달콤함, 새콤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삼발소스, 바삭한 멸치와 땅콩까지, 기본에 충실한 맛이 오랜 세월 현지인을 사로잡은 비결. 기본 나시르막에 매콤한 오징어볶음 삼발 소통(Sambal Sotong)이나 향신료와 코코넛 밀크를 넣어 졸인 고기 요리 렌당(Rendang) 등 다양한 반찬을 추가할 수도 있다. 준비한 밥과 재료가 모두 동나는 날이 많을 만큼 인기 있는 곳이니 되도록 식사 시간은 피하고 서둘러 방문하길 추천한다. 

창업연도 : 1948년

주소 : Kompleks Makan Tanglin, Gerai, No. 6, Jalan Cenderasari,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야시장을 점령한 치킨 윙, 웡아와

웡아와(Wong Ah Wah)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스트리트 푸드의 성지'로 꼽히는 잘란 알로(Jalan Alor) 야시장 거리에서도 너 나 할 것 없이 최고로 꼽는 곳이다. 1970년대 숯불에 구운 치킨 윙을 판매하는 작은 노점으로 시작해 오늘날 5개의 점포가 이어진 대형 노천 레스토랑으로 성장했다. 매장이 자리한 거리 끝자락에 가까워지면 공중을 가득 메운 훈제향과 숯불 연기가 식욕을 자극한다. 각종 사테(satay)와 해산물 요리, 볶음면, 볶음밥 등 다채로운 말레이시아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데, 에어컨을 갖춘 실내 공간뿐 아니라 실외에도 널찍한 좌석을 갖춰 야시장 특유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대표 메뉴는 웡아와의 출발점이기도 한 시그니처 로스트 치킨 윙(Signature Roast Chicken Wings). 숯불 위에서 천천히 구워 낸 닭날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겉모습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입 베어 물면 스모키한 향을 머금은 바삭한 껍질과 속살의 풍부한 육즙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맥주 안주로도 손색없는 맛이다. 말레이식 조개 볶음이나 생선구이 등 감칠맛이 폭발하는 해산물 요리도 많이 찾는다. 오후 늦게 영업을 시작해 새벽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야식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늘 인파로 북적이지만 좌석 수가 많고 회전율이 높아 대기가 거의 없거나 짧은 편이니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창업연도 : 1970년 후반

주소 : No 1,3,5,7,9, Jalan Alor, Bukit Bintan, Kuala Lumpur

100년 전통의 코피티암, 레스토랑 윳키

말레이어로 커피를 뜻하는 ‘코피’와 중국 방언으로 상점을 뜻하는 ‘티암’이 결합된 코피티암(Kopitiam)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전통 커피하우스를 일컫는다. 커피나 차와 함께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 오랜 세월 현지인의 일상과 함께해왔다. 3대째 한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윳키(Restoran Yut Kee)는 쿠알라룸프르에서 가장 오래된 코피티암이다. 1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정통 하이난식 음식을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윳키가 들어선 3층짜리 전통 숍하우스는 멀리서도 눈길을 끈다. 아치형 창문을 단 붉은빛 건물 1층으로 들어서면 복고풍 타일이 깔린 바닥과 클래식한 가구, 오래된 장식품으로 꾸민 정감 어린 내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2014년 잘란 당왕이(Jalan Dang Wangi) 거리에 있던 원래의 매장을 현재 위치로 이전했는데, 메뉴판과 사진 액자, 인테리어 소품 등을 그대로 가져와 옛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말레이식 커피, 카야 토스트, 반숙 달걀, 커리 누들 등 여느 코피티암과 비슷한 메뉴들 가운데 이곳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은 하이난식 치킨 찹(Hainanese Chicken Chop). 윳키의 창립자, 그러니까 현재 윤키의 운영을 맡고 있는 멜빈 리(Mervyn Lee)의 증조부는 20세기 초 중국 하이난에서 말레이시아로 건너온 이주민 중 한 명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곳 하이난식 치킨 라이스는 이 요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레시피인 셈이다. 달걀물을 묻혀 바삭하게 튀긴 두툼한 닭고기에 완두콩과 감자, 당근 같은 채소를 곁들이고 브라운 그레이비소스를 듬뿍 끼얹은 요리로,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식감과 육즙의 고소함, 달콤새콤한 소스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 음식을 원래 알던 사람도, 처음 맛본 사람도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될 것이다. 

창업연도 : 1928년

주소 : 1, Jalan Kamunting, Chow Kit, 5030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