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식당 천년식향이 직접 개발한 대체육

 

ⓒ 천년식향

Vegan Restaurant For Non-Vegan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들을 위한 비건 식당, 천년식향

영어 표현 중 ‘당신이 먹는 음식은 곧 당신을 뜻한다(You are what you eat)’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몸을 이루는 것이니,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다. ‘천년 동안 이어가고 싶은 요리의 방향’이라는 뜻의 비건 식당 천년식향에서는 그 어떤 것도 희생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요리를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라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변혜정(와인 소믈리에), 안백린(셰프)

* 릴레이 인터뷰 : 앞선 인터뷰이가 다음 인터뷰의 대상을 추천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코너. 피치 바이 레터 46호에서 인터뷰한 스테이고이의 이덕화 대표가 천년식향을 추천했다.
천년식향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변혜정(이하 변) 식물성 고기, 채소로 만든 요리와 내추럴 와인이나 칵테일의 마리아주(marriage, 음식과 술의 궁합)를 즐길 수 있는 비건 식당이에요. 콩고기 스테이크에 매콤한 마라오일과 달큰한 쌈장아이올리소스를 얹은 섹스 앤드 스테이크(Sex and steak)와 유기농 천연 발효 도우 위에 순식물성 수제 리코타 치즈와 각종 채소를 얹은 피자 등이 대표 메뉴죠.

엄마는 와인 소믈리에로, 딸은 셰프로 의기투합해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안백린(이하 안)
제가 영국에서 의료생물학 공부를 하다 ‘풍미 충족의 법칙’에 주목하게 됐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소화 기관이 좋지 않아서 음식을 많이 먹는 걸 싫어했거든요. 맛있는 요리를 맛보는 것만 좋아했죠. 아무리 적은 양을 먹더라도 위가 아닌 뇌가 원하는 다층적인 맛을 충족시키면 포만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이론에 눈길이 갔어요. 이 법칙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주 식자재는 채소라 생각했고 채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안 셰프가 한국에 돌아와서 레스토랑 오픈 준비를 하는데,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는 제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음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나 칵테일을 곁들이면 풍미가 한층 살아나니까요. 그중에서도 첨가물을 넣지 않고 과실 본연의 맛을 담아낸 내추럴 와인이 식물성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았죠. 그러다 본격적으로 수입사(엠버앤처빌)까지 운영하게 됐어요.

외국에서 더 흥행했을 것 같은데, 한국으로 돌아와서 비건 식당을 차린 이유는요?
2020년 오픈 당시엔 한국 사람이 이렇게 비건 음식에 관심이 없는지 몰랐어요(웃음). 요즘에야 지속 가능한 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식당이 많아지고 있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거든요.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니까 오히려 더 주목받고 언론에 노출될 기회도 많은 것 같아요.
매장이 서초동에 자리한 것도 재미있어요. 특히 건물 1층엔 닭갈비 전문점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저희를 경계하다가 같은 업종이 아니라고 좋아하더라고요(웃음). 2층에는 카페가 있는데, 사장님이 저희한테 늘 ‘자아 실현 좀 그만 하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해요. 개업 초기에는 천년식향에서 커피도 판매했는데, 2층 카페에서 커피를 드시라고 메뉴를 없앴죠.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하면서 상생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당연히 같은 결의 매장이 모여 있는 한남동이나 성수동으로 가고 싶죠(웃음). 그런데 일단 어머니가 출퇴근하기 편한 곳에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해서 이 동네로 결정했어요. 언젠가는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는 지하 공간이 있는 곳으로 이사 가고 싶어요.

대체육을 직접 개발했다고 들었어요.
저희는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아니에요. 어머니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유제품, 달걀, 생선까지 섭취하는 채식주의자)이고 저 역시 주로 채소를 먹을 뿐이지 정말 맛있고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고기를 먹기도 하거든요. 동물의 희생 없이 지속 가능하게 먹을 수 있고 맛도 있는 고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대체육 개발에 뛰어들었어요. 저희가 개발한 대체육은 현재 천년식향에서 판매 중이고, 당장 수출을 할 수 있을 만큼 양산화도 마쳤죠. 행정 문제만 해결하면 미국에서 먼저 판매할 예정이에요.

요즘 대기업도 대체육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천년식향의 대체육은 어떻게 다른가요?
대체육 관련 특허를 3개나 받았어요. 그중 하나가 마블링 육질 테스트에서 한우와 가장 유사한 제품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특허인데, 한우 투플러스 갈비살과 유사하다는 결과를 얻었죠. 버섯에도 소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것과 비슷한 성분이 들어 있거든요. 그 성분을 극대화해 한우와 최대한 흡사하게 구현했어요. 마블링 덕분에 레어, 미디엄, 웰던 등 스테이크처럼 굽기 조절도 가능하죠.
저희 대체육은 비건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어요.
비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비건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건 결국 발효, 저온, 그리고 소금이라고 생각해요. 거의 모든 요리에 특제 발효 소스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주로 버섯과 누룩을 발효해 만든 버섯액젓, 당근을 갈아 발효한 당근된장, 식물성 굴소스, 식물성 버터 발효소스 등으로 감칠맛을 내요. 그리고 소금도 5~10가지를 섞어 활용하고 있어요. 저는 버거를 먹으러 갈 때도 늘 소금을 들고 다닐 정도로 소금을 좋아해요. 앞서 언급한 풍미 충족의 법칙을 철저히 따르죠(웃음).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이느냐도 중요하죠. 발효나 저온은 끝없는 관리와 수많은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모양이 제각각인 나무 테이블과 깨진 병을 갈아 만든 촛대가 인상적이에요. 인테리어를 모두 직접 했다고 들었어요.
자연과 연결된 요리를 소개하는 만큼 공간 역시 최대한 자연스럽게 꾸미고 싶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자연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우드 톤과 베이지색을 활용했죠.
매장 안 소품은 제로 웨이스트를 콘셉트로 거의 대부분 재활용한 것들이에요. 저희가 세상과 타협한 것은 딱 하나, 휴지와 물티슈예요. 오픈 초기에 휴지와 물티슈를 제공하지 않았더니 컴플레인이 잦더라고요(웃음). 어쩔 수 없이 제공하곤 있지만, 불필요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공간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참고한 여행지나 스폿이 있나요?
파스칼 바우더(Pascal Bauder)라고 야생 식물과 효모, 박테리아를 활용해 야생 발효 식품을 만드는 벨기에 출신의 발효 전문가가 있는데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그 분의 작업 공간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마치 미지의 땅에 뚝 떨어진 것처럼 야생 한가운데에 자리해 있죠. 이름도 모르는 각종 야생 식물로 만든 발효 식품과 직접 만든 거친 질감의 발효 그릇이 가득한 공간을 보니 정말 자연과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천년식향의 지향점인 지구의 모든 생명이 공생하는 레스토랑,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요?
채식 식당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비싼 채소 요리를 이해 못하는 분위기가 존재하죠. 그래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미식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지금의 2030 여성이 40대가 되면 국내 지형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거든요.
오픈 초기엔 대부분 모녀 손님이 많았어요. 그런데 점점 중년 남성 손님의 비율이 느는 추세이고 최근엔 모든 테이블의 손님이 남성이었던 적도 있죠. 비건이 아니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천년식향으로 모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레스토랑 운영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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