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레코드 음반을 판매하는 방레코드의 내부 전경

 

ⓒ 피치 바이 매거진

Why do you love 20th-century Vinly?
20세기 레코드 음반이 가진 특별한 힘, 방레코드

서울 신수동 어느 골목, 1982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의 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의 박수 갈채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 나온다. 미국의 재즈 플루트 연주자 허비 맨(Herbie Mann)의 리듬감 넘치는 플루트 소리도 골목을 훑고 지나간다. 소리의 진원지는 방레코드. 중고 레코드 음반 가게 방레코드의 방우현 대표가 푹 빠진 20세기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방우현(방레코드 운영자)

* 릴레이 인터뷰 : 앞선 인터뷰이가 다음 인터뷰의 대상을 추천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코너. <피치 바이 레터> 44호 인터뷰이였던 도덕과규범 이규범 대표가 방레코드 방우현 대표에게 바톤을 넘겼다.
언제 오픈했나요?
원래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 2014년부터 레코드숍을 운영했어요. 2018년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서울에 올라왔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다시 매장을 오픈했죠. 현재 방레코드가 자리한 이곳, 신수동 골목으로 자리를 옮긴 건 2020년. 4년 째인데 아주 만족스러워요. 접근성이 좋은 자리보다 조용한 동네가 좋더라고요.

큐레이팅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미국과 일본에서 가져온 중고 LP가 거의 대부분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 음원 시대로 전환되며 1990년대 초부터 LP 생산이 중단됐어요. 최근 LP와 턴테이블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다시 LP가 발매되고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요즘 출시되는 것보다 1990년대 이전의 음반이 더 매력적이더라고요. 그 시절 발매된 LP를 판매하다 보니 중고 제품이 많을 수 밖에 없죠.
주로 어떤 장르의 음반을 취급하나요?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록,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갖추고 있어요. 어렸을 땐 하드록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했어요. 일본 가나자와현(神奈川県)에서 유학을 하던 중 1960~80년대 록과 팝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레코드판을 모으기 시작했죠.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팔기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코드숍을 운영하게 됐어요. 벌써 10년 째네요.

매장 안 스피커와 턴테이블도 굉장히 오래된 것처럼 보여요.
전부 1960~70년대 생산된 모델인데요. 10여 년 전에 중고로 구입했어요. 스피커는 미국의 오디오 전문 브랜드 어쿠스틱 리서치(AR)에서 1960년대에 출시한 제품으로, 현재는 단종됐죠. 스피커의 성능은 현재 생산하는 모델이 훨씬 뛰어나겠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옛날 음반은 최신 스피커로 듣는 것보다 같은 시기에 제작한 스피커로 들어야 더 좋은 것 같아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웃음).

이곳에서 청음도 가능한가요?
그럼요. 매장을 찾는 분들 중 단골 손님이 많긴 해요. 듣고 싶은 음반이 있으면 함께 청음하고 음악 이야기도 나누죠. 사실 이곳은 누구나 들어오기 쉬운 공간은 아니예요. 왠지 음악을 좀 알아야 할 것 같고, 음반을 듣고 나면 사야 할 것 같죠. 하지만 입문자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니까요.
레코드 음반으로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해요.
음악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레코드 음반은 여러 연주자가 스튜디오에 모여 녹음한 결과물이다 보니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돼요. 라이브로 듣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죠.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수십 년 전 녹음실에서 연주하는 아티스트와 교감이 되는 느낌이랄까.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레코드 음반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요.
어느 정도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LP로 음악을 듣는 모습을 봐 왔으니까요. 아버지는 영화 음악과 영화도 좋아하셨어요. 그 덕에 대학을 영화 전공으로 진학했으니, 제 삶 곳곳엔 아버지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는 편이죠.

본업은 영화 촬영 감독이라고 들었어요.
일본영화대학을 졸업하고 와타나베 히로부미(渡辺紘文) 감독과 함께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1년에 한 편씩 영화를 만들었어요. 함께 작업한 영화 <풀사이드 맨>(2016)은 도쿄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죠. 와타나베 감독은 저와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철저히 독립영화만 연출하는 친구예요. 일본 밖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감독이라 해외 영화제에 매년 출품하기도 해요.
음악이나 영화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다면요?
영국 리버풀에서 신묘한 일을 경험했는데요. 비틀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리버풀에서 비틀즈 투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잖아요. 택시를 타고 비틀즈 관련 장소를 방문하는 투어에 참여했어요. 택시 기사님이 (믿거나 말거나) 링고스타의 오랜 친구라고 하더라고요. 링고스타가 어렸을 때 살던 집부터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만났던 울튼 마을(Woolton)까지 둘러보며 비틀즈의 열성 팬으로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죠.

요약본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누군가가 편집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요즘 시대에 레코드숍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죠.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이 있고, 호기심이 많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연주를 듣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공간. 음반은 커버부터 녹음된 음악까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어요. 제가 레코드 음반을 좋아하는 데에는 존경의 의미도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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